가진 게 없을수록 참고 살아야 한다.
사는 게 녹록치않음을 한 해가 지나갈수록
왜 이렇게 피부에 와닿는지 모르겠다.
나의 노력과 운과 실력으로
이만큼 왔잖아 라고
스스로를 격려해도
어떤 사람들은 아 그거?
부모님이 도와주신대.
사람쓰면 되지.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내가 고민하고 노력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한 순간의 고민거리도 되지 않구나
라는 박탈감을 느끼게 만든다.
아 물론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다.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누구씨의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야 라는 말이
진짜 맞는 말이 되어가는 시대인 거 같아
슬프다.
예전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그당시 막내였던 나는
지금 돌이켜보면 말도 안되는 부조리한 일을
겪었다.
상사분들 커피 태워드리기는 애교고
출근전 컴퓨터 부팅
출근시간 30분 일찍 나와
비품정리.
아침회의 때 먹을 간식거리 준비 등
자질구레한 일들을 막내라는 이유로
다 글쓴이가 했었다.
나만 하는 게 억울해도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거 하나 하는 게 어때서 라고
반응하니
그저 참고만 했었다.
그러다 글쓴이 밑으로 신입이 들어왔었다.
00 빽으로 들어왔다 한다.
그 신입이 들어왔어도
궂은 일은 글쓴이가 계속 맡아서 했다.
니가 말 안해도
일 잘한다며
신입이는 일 배우느라 정신없으니까 이해하랜다.
그렇게 또 2년을 일했다는 게 코미디.
그당시엔 크게 화나지 않았던 거 같다.
나가게 된 계기도 그것보다는 다른 게 컸었고.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그 상황을 뒤집기엔
글쓴이는 직급도 낮은 직원이었고
그 후에 상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에
참았던 거였다.
그렇게 참게 되는 게 익숙해지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자기합리화에 빠지는 거고.
하지만 세상엔 어쩔 수 없는 것은 없다.
이건 뭔가 부조리하고 누군가의
희생으로 하는 게 분명한데
계속 해오던 관행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은 개소리다.
있는 사람들이 부조리한 관행을
따르는 걸 본 적이 없다.
바꿀 수 없냐고?
없다.
서울대생이 비판하면
배운 자의 비판이고
지잡대생이 비판하면
노오력도 하지 않은 주제에 비난만 한다고 한다.
계급명칭만 사라졌을 뿐이지
조선시대와 다른 점이 뭔가.
내가 당하는 차별과 비리는 화가 나도
나보다 밑에 있는 사람들이 당하는
부조리함은
그러면 공부하지 그랬어
니가 그러니까 그런 일 하고 있는 거잖아 라는
조롱과 멸시를 보내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 아닌가.
나는 있는 사람들 특유의
희망차고 노력하면 된다 라는 그 마인드가
부럽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겪지도
참지도 않아도 되고
본인의 노력만 있으면 된다니
이 얼마나 부러운가.
없는 사람들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이걸 해야하나. 참아야 하나를
수 백번 생각하고
수많은 비슷한 사람들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