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블로그를 방치했다.
현생이 많이 바빴다는 핑계도 있고
워낙 부정적인 이슈만 터지는 세상이라
글을 별로 적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현황겸 이 글을 적게 된 이유를 말하자면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다싶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짝사랑을 했고
그 감정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내가 안좋아하는 장르가 로맨스고
사람들이 연애고민. 사랑고민 하는 걸 보면
안맞음 헤어지지. 뭐하러 맘고생하냐고
건조하게 생각했었던
내가 이런 감정이 든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메타인지 저하로
감정판단이 똑바로 안되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
그 과정을 고심한 끝에
도달한 결론이
아 난 너를 좋아하는 거구나 였다.
어떻게 좋아하게 됐는지
그 처음도 생각해보면 황당하다.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말도없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길래
속으로 뭐야. 매너없이 왜 빤히 쳐다봐 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목례를 했었다.
너도 가볍게 목례로 답해줬고
그뒤로도 큰 접점은 없었다.
마주치면 인사 정도하고
어쩌다 10초 토크 한 번하고 어색하게 헤어지는 게
끝인 그런 사이였다.
그땐 나의 감정을 알지 못했다.
그냥 니가 계속 눈에 밟혔고
자꾸 눈에 보였다.
너와 어쩌다 이야기를 길게 하는 날엔
기분이 좋았고
니가 나의 인사를 못보고 지나칠 때나
인사를 보고도 안받아줄 땐
좀 시무룩했었다.
너는 주변에 항상 사람들이 넘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사람들과 잘 지내는 사람이었기에
그런 니가 신기해서.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거라 생각했었다.
쓸데없는 스몰토크. 감정공유. 친목질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면서.
그런 유형의 사람들을 제일 멀리 했었으면서.
너는 싫지 않았고
어쩜 저렇게 사람들이랑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거지 하면서
감탄했다.
난 너의 딱 반대였다.
쓸데없는 스몰토크가 싫어서 말수 제일 적은 사람이였고
혼자 마이웨이하고
벽. 가장 뒤. 시선이 안닿이는 곳에 있으면서
누구보다 제일 빨리 사라지는 사람이였다.
이런 아싸지만
너를 제외한 모두와 곧잘 대화를 했고
너 앞에서만 뚝딱였다.
너가 나한테 말을 걸면 방송사고급으로
대화에 공백이 생겼다.
어색해 하면서도 어느날은 갑자기
내가 말을 건네고.
그런 나를 너는 가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쳐다봤고
왜 그러는거지? 라고 가끔 말하기도 했다.
가끔은 너가 나를 불편해 해서
이런 내모습이 너에게 불편함을 주는 거 같아
너에게서 시선을 확 거뒀다.
이때도 내감정을 몰라서
그냥 너에게 불편함. 불쾌함을 주기 싫어서
정말 필요한 말이 아니면
너에게 일절 다가가지 않았다.
나는 너에게서 관심을 다 끄고
다른 사람과 친목했다.
그런 나를
너는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봤고
또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시선. 습관이야. 불편해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왜 쳐다보는걸까 하고 궁금했었다.
우리가 항상 볼거 같고 당연한 일상같던 날은
어느날 깨졌다.
나에게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한동안 너를 볼 수 없게 됐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해방감이었다.
이 미묘한 불편함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이 먼저 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너를 신경 안써도 되고
어쩌면 너도 좋아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날
나는 너에게 일정이 생겨서 오늘이 마지막날이다 라고
말했다.
그 날 너의 반응은
내가 미리 생각 했었던 반응과 달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충격먹은 표정.
왜 이제 못 와? 라고 묻던 너의 말.
이유를 말하자. 너는 한동안 말을 못하고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그모습에 내가 당황했다.
평소에 너라면 재잘재잘 떠들면서
왜 못 오는거냐 호들갑을 떨거나
담에 시간 될 때 오라고 쿨하게 말할거라 생각했었다.
시간 되는 날은 없냐는 너의 질문에
시간이 애매해서 도저히 낼 수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 말 끝으로 침묵이 돌았고
시무룩해하는 너의 낯선 모습이 마음에 걸려
"몇 달 뒤에 다시 올게요" 라고 공수표를 던졌다.
그 말에 너는 몇 달 뒤에 확실히 올 수 있는거냐고
다시 물었고
나는 가볍게 "네! 아마도요!"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아마도요 라는 불확실한 대답이
너는 맘에 안들었는지
네!에 환해졌다 아마도요 라는 대답에
어두워지고 또 말이 없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사탕발림도 똑바로 못하는 머저리였고
너는 지나치게 눈치 빠르고 똑똑한 사람이었다.
나는 너의 그 침묵과 시무룩함이 싫어
"몇 달 뒤에 다시 봐요" 라고
좀 더 강하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제서야 너는
"아쉽다. 몇 달 뒤에 다시 보자" 라고
대답했다.
그 마지막의 말에서
내 감정을 어렴풋이 느꼈다.
난 왜 이렇게 너를 신경쓰고
니 말에 일희일비 하는걸까 하고.
너를 안보는 일주일 동안은
낯설면서도 좋았다.
그런데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너가 뭘할지 궁금했고.
어떻게 지낼까 라는 생각이 들면
내 이성은 없어도 알아서 잘 지내지 당연히. 라고
열받는 대답을 내놨다.
열받는데 맞는 말이었다.
내가 가진 감정과
너가 나를 생각하는 감정은
다른 형태. 다른 온도니까.
기대를 갖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니가 계속 생각났고
내 감정을 확인하게 될 뿐인 게 슬펐다.
너를 안보면 생각 안나게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안돼서
다른 사람을 만나면 니 생각이 안나지 않을까 해서
그동안 물리쳤던 소개도 받았다.
상대방을 만나면서도 니 생각이 나고
텅 빈 공허함같은 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난 너에게 용기를 낼 수 없다.
너에게 용기를 내는 순간
지금 거리보다 더 멀어지고
어쩌면 영영 너를 못 보게 되는 건 싫으니까.
딱 이정도로 애매한 거리에서
너를 바라보다
어느순간 내려놓게 되기를 바래본다.
욕심내지말고. 티내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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