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

무명기 완결을 기념한 리뷰 및 해석

반응형

이작품이 2015년도에 나왔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긴 시간동안 연재되었지만 완결이라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잠깐 윤지운작가님의 이야기를 하자면
2000년대부터 활동하신 몇 안되는 작가님이시다.
선이 날카롭고 섬세한 작풍이다.
작품들이 현실적이고
쓸쓸하다. 화자가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특징이다.
해피하고 설레는 사랑이야기가 많은 판에
윤지운 작가님 작품들은
가슴을 찌르는 아픔이 있고
현실적으로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아
필자처럼 쓸쓸하고 서늘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윤지운 작가님의 작품들을 추천드리겠다.

무명기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무명이란 뜻이
"세상속의 복잡함. 번뇌.세속"을 뜻한다.

실과 허의 중간에 있는 존재감이 없는
절영이 겪는 번뇌로 해석할 수 있고,
세상속의 번뇌.세속.괴로움 그 자체를 담은 이야기
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거 같다.

절영은 반은 인간. 반은 여우인 자다.
절영은 어머니의 죽음에 깊이
슬퍼하고 이해할 수 없어한다.
죽음에 담담하고 초연한 모습을 보이는
파조와 대비된다.
절영은 반은 허에 속해있지만 완전히
허의 세계에 속할 수 없는 자다.

절영은 그것을 알아서인지 실의 세계로 간다.
실의 세계에서 무진을 만나고
실의 세상을 알아가지만
절영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자기합리화. 인지부조화. 욕망들을 보며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

그 어느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살아가던 절영은 우연한 계기로
무진을 데리고오고
과거떡밥들을 풀어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원. 본명은 위온휴. 이름뜻이 흥미롭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따뜻한 휴식처라는 뜻이
될거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유혼.
귀신과 결혼하게 된다 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예전에 보았던 터라 가물가물하다)
작가님은 아원의 이름이 나왔을 때부터
스포를 하신 거 같다.
아원은 실의 세계에 속한 사람과 결혼할 수 없음을.
인과 이어질 수 없음을 작중 초반부터 나타내신
거 같다.
이름처럼 허의 속한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면
그 상대방은 절영밖에 더 있을까.
뿌리를 두지 못하는 절영에게
따뜻한 휴식처가 되어 뿌리를 두게 해줄 수
있는 아원과
허의 속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아원에게
허에 속하지만 실의 세계에서 온전히
존재해 아원에 옆을 지켜줄 수 있는
절영.
이 둘은 필연적으로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사이가 아닐까.
외전이 나올지 안나올지 모르겠지만
아마 절영과 서로가 뿌리가 되어주며
행복하게 살지 않을까 추측한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세속에서 한걸음 떨어져있던 절영은
차츰 세속에 익숙해지고
인간의 감정을 배워간다.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던 것도
무진이 교희를 잊지 못하는 것도
교희가 무진을 잊지 못하는 것도
절영은 잊지 못하고 끊임없이
아파하고 고통받아하는 그들을
어떻게든 해결하려 한다.

송부인을 돕는 것도 그러한 연유일 것이다.
아픔을 잊으면 다시 행복하게 잘 살지 않을까?
하는 이유로.
그러나 절영은 깨닫는다.
잊으려해도 잊을 수 없음을. 아픔을 회피하려
해도 본질을 달라지지 않음을.

교희와 무진을 만나게 해주며
절영은 눈물을 보인다.
떠나가는 자신의 인연들을 보며
떠나가는 것을 슬퍼한다.

작중에 3년이나 돌아오지 않은 이유는
무진의 시신을 거둬주기 위함이
아닐까 추측한다.
시신을 거둬주고, 모든 연을 끊고
세상을 돌아다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거처를 들러
자신의 마지막 흔적을 지우고자
집을 온 게 아닐까.

만약 아원이 없었더라면
정말 절영은 세상속에 있는 듯 없는 듯
혼자 조용히 살았을 거 같다.

가만히보면 절영은 유약한 사람인 거 같다.
무진(다함이 없는자)에게 끌렸고.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고
자신을 또렷히 나타내는 아원의
손을 잡은 걸 보면 말이다.

작품에서는 끊임없이 외친다.
잊고 살 수 없을까? 피할 수 없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잊고 살 수 없다. 아픔을 간직한 채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이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말인거 같다.
수많은 상처를 받고. 아파하고
그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살아진다.
눈물 흘리다가도 좋은 일이 생기면
잠시 웃고. 좋은 일들을 되새기며
버티며 사는 것.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반응형